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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인가 주일인가_논란의 출발이 되는 글

기독교인은 안식일을 지키는가? 

아니면 주일을 지키는가? 

  


처음 교회에 출석하였을 때, "주일 성수"에 대해 목사님의 말씀을 들을 기회가 많았다. 신앙의 기초는 잘 잡힌 신앙생활 습관을 통해서 잡혀나가는데, 그 중에서도 주일을 빠지지 않고 예배 드리는 것을 중요하게 강조하셨다. 그런데, 마음 속에 남아 있던 질문이 한 가지 있었다. 구약의 십계명 제 4계명인 "안식일 준수" 계명을 "주일 성수"의 성경적 근거로 사용하신 부분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 질문은 나만이 궁금해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많은 교우들로 궁금해 하긴 해도 감히(?) 질문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Seventh-Day Adventist Church)는 안식일에 모이지 않고 일요일에 모이는 기독교회의 주일예배가 성경에 기초를 두지 않은 것이고, 더 나아가 예수님도 지켰던 구약의 안식일 계명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더욱이 주후 321년 로마 황제 콘스탄틴이 주일을 휴일로 제정한 것(321년)은 곧, 이방신인 태양신(Sun)을 섬기는 날 Sunday-일요일에서 유래하였기에, 더욱 더 비 성경적이라고 몰아 부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글은 안식교에 대한 비판을 목적으로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독교인들도 조차 "주일 성수"가 "안식일 준수"를 대치한 것으로, 그래서 결국은 안식일을 지키라는 구약의 계명을 "우리식 대로" 준수하고 있는 정도로 이해한다면, 기독교회는 결국, 안식일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우리의 질문을 다시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기독교인은 주일을 안식일 대용으로 지키는가? 아니면 주일(주의 날, the day of the Lord)을 지키는가?" 주일은 안식일인가, 왜 주일을 지키는가라는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안식일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안식일은 하나님께서 창조를 마치고 마지막 일곱째 날에 쉬신 날(창세기 2:2-3)이다. 이 날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하나님의 백성됨"을 실천하는 십계명의 제 4계명으로 중요하게 여겨졌다(출애굽기 20:8, 신명기 5:12). 또 안식일은 바벨론 포로 이후 유대인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증표로 할례와 더불어 더욱 중요한 준수항목이 되었다. 예수께서 사역하시는 때에도 유대인들에게 안식일 준수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는 안식일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는 예수를 죽일 음모를 꾸민 데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예수를 송사하려 하여 안식일에 그 사람을 고치시는가 엿보거늘3 바리새인들이 나가서, 곧 헤롯당과 함께 어떻게 하여 예수를 죽일꼬 의논하니라"(마가복음 3:2, 6, 한글개역성경, 이하 성경인용은 따로 표기하지 않는 한 한글개역을 따름). 


그러면, 안식일은 오늘날 우리의 어느 요일에 해당하는가? 안식일은 요즘의 날짜 계산방식에 따르면 토요일인데,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금요일 저녁에서 시작해서 토요일 저녁 전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태양력을 쓰는 현대의 날짜 계산 방식과 태음력(달력)을 쓰는 유대인들의 시간 나눔이 다르기 때문이다. 달력은 달의 움직임과 변화에 기초에서 날짜를 계산하는데, 달이 뜨는 시간이 하루의 시작이고, 밤이 지나 낮이 되었다가 다시 달이 뜨는 그 다음 날 저녁까지를 하루로 계산한다. 창세기에,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라"(창세기 1:5)에서 보듯 저녁을 먼저 언급하는 이유는 달의 움직임에 기초한 날짜 계산법이기에 그러하다. 


그러면,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 초대교회는 언제 모였는지 성경적인 근거를 확인해 보자. 구약의 율법대로 안식일 준수를 위해 안식일에 모였는가? 아니면 다른 날에 모였는가? 바울이 전도여행 중 유대인을 만나러 간 날이 안식일인 것은 분명하지만(사도행전 13:14, 44), 교회가 형성되면서 안식일에 모였다는 근거는 신약성경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안식일이 아닌 "안식 후 첫날"에 모였음을 사도행전과 고린도전후서는 보여주고 있다. "안식 후 첫날에 우리가 떡을 떼려 하여 모였더니"(사도행전 20:7). "매주일 첫날에 너희 각 사람이 이를 얻은 대로 저축하여 두어서"(고린도전서 16:2). 바울은 또 골로새서에서 "안식일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그들의 주장에 현혹되지 말고 오히려 떳떳하라고 권면하고 있다. "그러므로 먹고 마시는 일이나 명절이나 초승달 축제나 안식일 문제로, 아무도 여러분을 심판하지 못하게 하십시오"(골로새서 2:16). 2세기 기독교 문서인 디다케는 교회의 공식적인 모임의 날이 안식일이 아니라, 주의 날(The day of the Lord)로 정착되었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디다케 14:1). 


또한, 초대교부 성 이그나시우스(St. Ignatius)는 안식후 첫 날을 교회가 모이는 "주의 날"로 삼는 성경적 근거를 부활의 날(마가복음 16:2), 그래서 이날은 "기쁨의 날"(The day of joy)이라 했고, 저스틴 마르터(Justin Martyr)도 그날을 하나님 창조의 첫날이라 설명하여 적극적으로 성경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The Oxford Dictionary of the Christian Church, ed. by F. L. Cross, 3rd ed. by E. A. Livingstone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97), p.1558]. 말하자면 초대교회는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 대신 주일을 택해서 지킨 것이 아니라, "주일"은 안식일과는 상관없이, 또는 안식일과 경쟁하면서 초대교회의 모이는 날로서 독자적으로 정착된 것이라는 것이다. 


이제, 또 하나의 혼돈지점을 바로 잡아야 한다. 주일(안식후 첫날)이 일요일이라는 것과 관련해서 "로마 황제 콘스탄틴이 321년에 일요일을 휴일로 삼도록 법령을 공표한 것에 근거해서 (Constantine's Sunday edict of March, 321), 기독교의 주일이 태양신을 섬기는 날(Sunday)이기에 거룩하지 않다"고 하는 식의 주장이 있다. 마치 태양신을 섬기는 날을 교회가 주일로 삼아 지키고 있는 것처럼 비난하는 것이다. 하지만 원래 교회는 안식 후 첫날(일요일)을 "주의 날"로 지켜왔고, 그 일요일이 콘스탄틴의 법령에 따라 휴일로 지정되었을 뿐이다. 곧, "주의 날"이 후에 공식적인 휴일이 되었다는 것이다. 


토요일이 안식일이라는 주장은 역사적으로 전적으로 옳다. 그러나,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은 기독교회는 일요일을 안식일로 대신하여 지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회는 안식 후 첫날(일요일)을 "주의 날" 곧, 주일로 지키고 있는 것일 뿐이다. 유대인들과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는 안식일(토요일)을 자신들의 중요한 예배의 날/ 즉 절기로 지키는 것이고, 기독교회는 "주의 날"을 부활에 참여하는 모든 성도가 함께 모이는 성스러운 날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기독교회는 구약의 제4계명을 폐기한 것인가 하는 질문, 그리고 또한 창조를 완성하는 쉼의 안식일 정신을 폐기하고 과연 부활의 의미만 부여한 주일을 지키는 것인가 하는 질문은 여전히 남게 된다. 마태복음 5장 18절에서 예수께서는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 일획이라도 반드시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고 말씀하신다. 율법은 율법대로 다 지키라는 것인가? 이 말씀은 그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을 보면 분명해진다.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라"(마태복음 5:43-44). 예수께서는 율법을 단순히 폐기하지 않으셨고, 오히려 그것을 넘어서서 완성해 나가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랑으로 미움을 품어 넘어서는 그의 명령은 "원수 미워함"의 율법을 완성하게 된다. 예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비로소 율법을 품어 넘어서는 "다 이루었음" (요한복음 19:30)을 선포하게 된 것이다. 


 이 "품어 넘어서는 완성"의 원리는 구약 유대교의 안식일 계명을 단순히 폐기하지 않고 넘어 완성하는 우리의 "주일 지킴"에 새로운 실천적인 지평을 열어 준다. 이 두날은 앞 뒤로 붙어있는데, 창조를 마친 안식일의 쉼과 죽음을 이긴 부활의 주일, 곧 생명의 새 날은 하나로 연결되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 일곱째 날의 쉼을 통해서 우리는 창조의 힘을 회복한다. 적극적으로 쉬어야 한다는 뜻! 그리고 그 다음날, 교회로 모이는 우리는 새로운 부활의 날을 살아가는 것이다. 주일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는 소극적 안식 준수의 날이 아니다. 오히려 주일은 초대교회가 실천하였듯이, 죽음을 이긴 예수님의 부활 능력 안에 있는, 새로운 생명이 충만한 날이요, 

새로운 피조물(고린도 후서 5:17)의 능력을 품고 오늘의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내는 세상 섬김의 첫 날인 것이다. 주일은 안식일을 통해서 오히려 힘을 얻고 완성되는 것이다. 


류재덕 목사 

언약연합감리교회, 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