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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 개념 변천사_양용의 교수

"안식일 개념 변천사"

예수 사역 당시도 논쟁거리, 콘스탄틴칙령 후 '주일은 쉬는 날'

 

양용의 /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입력 : 2000년 10월 21일 (토) 양용의

안식일은 교회사를 통하여 줄곧 심각한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는데, 특히 구약·유대교의 안식일이 그리스도인의 주일 성수와 어떻게 연관되는가와 관련하여 그러했다. 안식일은 이미 예수의 사역 당시 논쟁거리가 되었으며(마 12:1∼14, 요 5:1∼18), 또한 초기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도 그러했다(골 2:16∼17). 일찍이 주후 2세기 중엽 이전에 사도 교부들은 주일을 안식일과 연관시켰는데, 그러나 그들은 이 두 날을 쉬는 날로서가 아니라 예배를 위한 날로서 연관시켰다.


사실 주일이 일을 안하고 쉬는 날로 간주될 수 있게 된 것은 콘스탄틴 대제 칙령(주후 321년) 이후의 일이었다. 그리고 스콜라 철학적 안식일 엄수주의(sabbatarianism)가 확립된 것은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년)에 의해서였다. 아퀴나스의 안식일 엄수주의는 주일을 안식일에 대한 기독교적 대체일(代替日)로 간주하며, 따라서 주일을 '기독교의 안식일'로 지킬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종교 개혁자들은 스콜라 철학적 안식일 엄수주의를 강력히 공격하였으며, 철저히 포기하였다. 예를 들어 칼빈은 안식일이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었으며 따라서 폐지되었음을 명백히 했다. 더 나아가 일요일에 예배드리는 것은 편의와 질서를 위한 것일 뿐이며, 그에 반해 일요일에 쉬는 것은 예배 드리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요청되는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음을 명백히 했다(「기독교강요」,2.8.28-34).


여전히 입장간 격차 많아


하지만 종교 개혁자들의 스콜라 철학적 안식일 엄수주의와의 결별은 그들의 후계자들에 의해 제대로 전수되지 못하였다. 오히려 17세기에 이르러 청교도들은 종교개혁 이전의 안식일 엄수주의로 돌아가 버렸으며,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1647)에서 전형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이 청교도적 안식일 엄수주의는 후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미국 등지의 프로테스탄트 교회들 대부분에 의해 그대로 혹은 약간 수정된 형태로 채택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안식일 엄수주의적 전통과 더불어 한편으로는 안식일 엄수주의를 따르지 않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틴데일(1531) 헤일린(1635) 도드리지(1763) 헤시(1860) 등이 그들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제칠일 준수운동들이 있었는데, 제칠일 침례교(17세기 중엽 이후)와 제칠일 안식교(19세기 중엽 이후) 등이 그러한 운동들이다. 하지만 이 운동들은 영향력에 있어서 청교도적 안식일 엄수주의와 견줄 만한 것이 못된다.


오늘날 서로 다른 견해들 사이에 대화를 해보려는 다양한 시도들에도 불구하고, 다른 입장들 사이의 간격은 좀처럼 좁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아직까지도 4∼5 가지 입장들이 현존하는데, 각각의 입장들은 다음과 같다.


△전통적인 청교도적 안식일 엄수주의적 입장(R.T. Beckwith and W. Stott / This is The Day·1978) △제칠일 안식교 입장(S. Bacchiocchi / From Sabbath to Sunday·1977) △수정된 안식일 엄수주의적 입장(P.K. Jewett / The Lord's Day·1971) △급진적인 반(反)안식일 엄수주의적 입장(W. Rordorf / Sunday·1968, 1962) △(Rordorf의 입장보다는) 덜 급진적인 그러나 명백한 반(反)안식일 엄수주의적 입장(D.A. Carson (ed.) / From Sabbath to Lord's Day·1982).


앞에 나열된 대부분의 저작들은 성경으로부터의 자료들과 사도 이후 시대의 증거에 근거하여 각각의 입장들을 세우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자주 성경의 자료들을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하며, 때로는 문제의 성경 본문들에 대한 석의적 논의를 거의 결(缺)―빼서 부족―한 경우들도 있다. 그 결과 그러한 저작들은 결정적인 논점들에 있어서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만일 그 저작들이 성경적 자료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였다면, 사도 이후 시대 교회의 증거와 관련된 그들의 재구성 역시 문제시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본 연재에서 안식일 본문들 가운데 한 집단, 즉 마태복음의 두 안식일 논쟁 단락들(마 12:1∼8, 9∼14)에 대한 철저하고 포괄적인 석의적 연구를 제공하고자 한다. 필자가 이 본문들을 선정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안식일에 대한 책임 있는 연구 지속해야


첫째, 이 본문들과 공관복음서 평행 본문들은 예수와 안식일 사이의 관계(마 12:8) 및 사람과 안식일 사이의 관계(막 2:27) 그리고 안식일 행동 원리(마 12:7, 12) 등에 관한 핵심 선언들을 포함하고 있다. 둘째, 이 본문들의 그와 같은 결정적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교회사의 긴 역사를 통한 안식일 논의들에 있어서 이 본문들은 자주 간과되거나 오용(誤用)되어 왔다. 사실 이 본문들에 대한 적절한 석의적 이해가 없이는 어떤 안식일 교리도 타당성 있게 확립되었다고 주장될 수 없다. 그런데도 앞에서 언급된 저작들에 있어서도 이 본문들을 위해 얼마나 적은 지면이 할애되고 있는가를 주목해 보는 것은 괄목할 만한 일이다.


셋째, 본 연구의 대상 본문들을 마태복음의 것들로 선정한 이유는 아마도 안식일을 지키는데 있어서 율법주의적 경향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마태복음 독자들의 상황이 청교도적 안식일 엄수주의 전통을 물려받은 오늘날 많은 프로테스탄트 교회들(특히 한국 교회)의 상황과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사성은 특히 중요한데, 그 이유는 본서의 결론에서 석의적 연구의 결과들을 오늘날 교회의 주일 성수 문제에 적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연재될 글이 다루는 범위는 여러 면에서 제한되어 있으며, 따라서 이 글만으로 그동안 안식일이나 주일과 관련해서 제기되었던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본 연재와 더불어 안식일과 관련된 여러 본문들에 대한 보다 책임 있는 석의적 연구 및 그 결과들을 오늘날 교회 상황에 적용시켜 보려는 적극적인 시도들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주일 문제와 관련해 양용의 교수의 글이 연재됩니다. 앞으로 연재될 글은 필자의 책 「예수와 안식일 그리고 주일」(이레서원 펴냄·2000)의 내용을 <뉴스앤조이> 독자들을 위해 매우 요약적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보기 원하시는 분들은 위의 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