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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raly/이것 저것 관심사

마이클 잭슨은 천국에 갔을까? (김영봉/ 와싱톤한인교회 담임목사)

  

      이제 전설이 된 가수 마이클 잭슨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뉴스를 보니, 죽음의 원인에 대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도 많고, 유산 처리를 두고 관계자들 사이에 암투가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바쁜 일정 때문에 그의 장례식 중계를 보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아들아이가 인터넷에서 장례식 동영상을 찾아 주어 함께 보았습니다. 동갑내기 가수의 장례식을 보고 있노라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례식은 과연 한 세기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천재 가수의 이름에 걸맞다 싶었습니다. 다른 이유로는 한 자리에 모을 수 없는 수많은 거물급 스타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들은 모두 마이클 잭슨을 사랑한다고 했고, 그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흑인 영가와 가스펠 그리고 팝 음악이 연이어 연주되었는데, 그것이 모두 찬송가처럼 들렸습니다. 꼭 어느 유명 종교인의 장례식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장례식 중에 어느 흑인 가수가 나와 가스펠을 열창할 때, 제 아이가 제게 물었습니다. “아빠, 마이클 잭슨이 천국에 갔을까요?” 저는 녀석에게 되물었습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녀석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니, 몰라서 묻는 거지, 알면 왜 묻겠어요.” 그래서 저는 “나도 모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그런 것을 함부로 단정하면 안 된다. 한 사람이 구원받고 안 받고는 그 사람이 하나님과 어떤 관계에 있었느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고, 그 관계는 하나님과 그 사람만이 아는 것이니, 다른 사람이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다만 그 사람의 구원을 바라고 기도하면 된다.”



     물론, 저는 마이클 잭슨이 구원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부모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였고, 자연히 그도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자랐습니다. 하지만 그는 신앙에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1987년에 마이클은 자신이 더 이상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니라고 공포했습니다. 여호와의 증인 본부에서 그의 신곡 “Thriller”를 비판했기 때문입니다. 2007년에 그는 잠시 이슬람교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보다 먼저 이슬람으로 개종한 형 저메인(Jermaine)의 영향이었던 것 같습니다. 세간에는 마이클이 이슬람으로 개종했다는 소문이 퍼져 있지만, 믿을 만한 보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한때, 그가 유대교 신비주의인 카발라에 심취했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이 같은 소문들 중 진실에 가까운 것은 별로 없습니다만, 여호와의 증인과의 결별 이후 마이클이 영적 가정을 찾기 위해 방황한 것은 사실인 듯합니다.

   

  마이클이 죽기 전 최근까지 영적으로 어떤 상태에 있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그에게 어느 정도 ‘구도성’(seeker’s heart)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그의 영혼을 예수 그리스도 앞으로 인도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죽음 직전까지 방황하다가 결국 구원의 길을 찾지 못했을 수도 있고, 우리로서는 알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로 인해 마지막 순간에 그 길을 찾았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함부로 단정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영혼의 세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우리의 짧은 안목으로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얼마 전, 아버님의 임종을 위해 한국으로 떠나는 교우가 제게 그런 말을 했습니다. “아버님이 끝내 주님을 영접하지 못하셔서 임종을 보러 가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분께 다음과 같이 말씀 드렸습니다. “아버님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다른 사람이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제 목회 경험을 통해 거듭 거듭 확인하는 것은 인간이 무의식 중에도 하나님과 교통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포기하지 마시고 아버님을 위해 기도하십시오. 사경을 헤매는 아버님이 무의식 중에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실 수 있습니다. 생전에 자주 복음을 전하셨으니, 지금이라도 열매 맺을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마시고 하나님께 맡기십시오.”

 

    기독교인들의 나쁜 습성 중 하나가 다른 사람의 구원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자신의 구원을 판단하는 것은 좋은 영적 훈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죽는다면 천국에 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주기적으로 제기하고, 늘 하나님의 사랑 안에 머물러 살도록 힘쓰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잣대를 가지고 다른 사람의 구원을 판단하는 것은 기독교인들이 버려야 할 고질 중 하나입니다. 목회를 하면서 이런 습성에 물든 사람들을 자주 만납니다. 어떤 사람의 부음(訃音)을 들었을 때,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구원받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일입니다. 임종 직전에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기도를 드렸으면 구원받았음을 확신합니다. 반면, 그런 일이 없었으면 애석하게도 지옥에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강력한 믿음이 때로는 우리를 아주 무례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구원의 여부는 하나님이 판단하실 일이지, 제3자가 판단할 일이 아닙니다. 한 사람이 하나님과 맺는 관계의 성격은 제3자가 겉으로 보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고백이 분명해 보이고, 구원에의 확신이 반석 같아 보이는 사람도 실제로는 하나님을 전혀 믿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신앙고백이 분명해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하나님과 든든한 관계를 맺은 사람도 많습니다. 하나님을 진실하게 믿는 사람은 교리를 받아들이지만, 그 역이 언제나 진실은 아닙니다. 즉, 교리를 배우고 그것을 받아들였다고 해서 자연히 구원의 믿음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비유하자면, 교리는 뗏목과 같습니다. 불신의 땅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살아 계신 하나님의 땅으로 건너가는 데 필요한 뗏목입니다. 뗏목에 타고 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구원의 땅에 이르렀다고 오인해서는 안 됩니다. 부지런히 노를 저어 구원의 땅, 하나님의 나라로 건너가야 합니다. 불행하게도, 어떤 사람은 평생 동안 뗏목 위에서 지내며 구원받았다는 확신을 부르짖습니다. 반면, 아무도 모르게 하나님의 땅에서 구원을 누리며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또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구원은 ‘죽고 나서 천당 가는 것’으로 압축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부등호를 사용하여 표현하자면 이렇습니다. ‘구원 > 죽고 나서 천당 가는 것.’ 어느 날, 제가 사는 지역의 기독교 방송을 듣는데, 설교자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기독교 복음은 간단합니다. 예수 믿고 죄사함 받아 천국 가는 것, 더도 덜도 말고 이것이 기독교 복음입니다. 복잡하게 만들지 마십시오.” 저는 순간 “이를 어쩌랴!” 싶었습니다. 실상, 이것이 한국 교회에서 선포되는 ‘단순한 복음’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복음의 왜곡입니다. 아니, 복음의 핵심을 제거해 버린 오류입니다.



     제대로 요약하자면, 구원은 ‘예수 믿고 죄사함 받아 하나님의 자녀로 변화되어 성령의 능력으로 하나님 나라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시대 최고의 변증가 톰 라이트는 「마침내 드러난 하나님 나라」(Surprised by Hope, IVP 역간)에서 구원의 온전한 의미를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합니다. “1) 단지 ‘영혼’이 아니라 인간 존재 전체에 대한 것이며, 2) 미래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현재에 대한 것이며, 3) 하나님이 우리 안에서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 하실 뿐 아니라 우리를 통해서 하시는 일에 대한 것이다”(p. 309). 저는 여기에 굳이 하나를 더하고 싶습니다. “구원은 4) 단지 저 세상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이 세상에 관한 것이다.” 물론 톰 라이트도 이를 의도하기는 했지만, 좀더 분명히 표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위대한’ 장례식 광경을 지켜보며, “만일 마이클이 하나님 안에 있지 않았다면 저 모든 소란이 무슨 소용이랴?” 싶었습니다. 분명 그 위대한 장례식이 마이클을 구원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 장례식의 규모와 그 많은 조문객은 마이클의 영원한 운명에 털끝만큼의 차이도 만들어 내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제 마음은 더 애틋해졌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가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영혼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구원받은 사람으로 살고 구원받은 사람으로 죽게 해 달라고 말입니다.



김영봉/ 와싱톤한인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