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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날마다 죽으셨기에

당신이 날마다 죽으셨기에



박총 전도사 (‘복음과상황’ 편집위원, '욕쟁이 예수', ‘밀월일기’ 저자)



우리는 말하기를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셨다 하지만

주님은 생활 속에, 사역 속에 날마다 죽으셨습니다.

이 땅에서의 당신의 삶은 매일 죽노라고 한 바울의 고백을 선취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말하기를 주님의 십자가 죽음으로 우리 영혼이 구원받았다고 하지만

말구유에서 십자가까지 ‘당신이 날마다 죽으셨기에’ 내 삶과 일상이 온전한 구원을 누리고 있음을 잊곤 합니다.


우리가 어머니 뱃속에서 잉태되자마자 가족의 환영과 이웃의 축복을 받게 하시려고

당신은 마리아의 모태로부터 사생아 취급을 당하며 비난과 저주를 받았습니다.

십자가에 달린 자마다 저주를 받은 자라고 하였는데 태어나기도 전에 당신은 그렇게 저주를 짊어졌습니다.


우리가 깨끗한 집과 위생적인 병원에서 편안하고 안전한 출산을 맞게 하시려고

당신은 습기 차고 말똥이 굴러다니는 동굴 속 마구간에서 태어났습니다.

제가 애를 넷이나 낳고 손수 탯줄을 끊어보니 당신의 탯줄은 대체 무엇으로 끊었을까 그것이 늘 맘이 아픕니다.


우리 집 아가들이 안락한 요람에서 두 팔 벌려 나비잠을 자게 하시려고

갓난애인 당신은 헤롯의 병사를 피해 그 먼 이집트까지 사막의 열기와 모래바람을 무릅썼습니다.

저는 성경에서 이 대목을 읽을 적마다 생계 때문에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하고 평생 고생 하신 저희 어머니와 마리아의 모습이 포개져 눈물을 짓곤 합니다.


이집트에서 돌아온 뒤로 당신이 빈민가이자 우범지대로 악명 높은 나사렛에서 거하신 덕에

우리가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환경 속에서 안연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강남에 들어가지 못해 안달을 합니다. 저희를 용서하소서.


당신이 일찍이 가난한 목수의 장남으로 고된 노동을 묵묵히 감당했기에

우리가 생계를 거들지 않고 어린이답게 마음껏 뛰놀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 세상의 불의는 너무도 많은 아동을 가혹한 노동에 던져 넣고 있고

우리는 그 아이들이 악랄한 착취를 당하며 만든 물건을 싸다는 이유로 구입하고 있습니다. 저희를 용서하소서.


우리가 커서 돈과 권세로 시험에 들지 않게 하시려고

당신이 먼저 마귀에게 생계와 권력에 대해 친히 시험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너무나 자주 일만 악의 뿌리를 우리 안에 남겨두려고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나름 인정을 받고 살게 하시려고

당신이 고향 사람들에게 차가운 배척을 당했고

우리가 가족에게만큼은 따뜻한 이해를 얻게 하시려고

당신이 어머니와 형제들에게 미쳤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당신이 때로 시장하고 주리셨기에

우리가 비만을 걱정할 정도로 배불리 먹고 살아가며,

당신이 겉옷과 속옷을 뺏기고 벌거벗은 채로 죽어갔기에

우리가 사시사철 때를 따라 좋은 옷 여러 벌을 갈아입고 살아가며,

당신이 머리 둘 곳조차 없는 노숙자로 지내셨기에

우리가 작지만 아늑한 방에 몸을 누이곤 “집이 최고다!” 합니다.


당신이 폭풍 속에서도 깨어나지 못하는 피곤한 일과를 보내셨기에

우리가 주말 오후에 여유로운 산책을 나서곤 하며,

당신이 겟세마네에서 괴로워 죽도록 심한 맘고생을 하셨기에

우리가 사는 많은 날 동안 이내 마음이 즐겁고 행복합니다.


당신이 당신을 잡으려는 사람을 피해 다니셨기 때문에

우리가 대낮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대로를 활보하며,

당신이 성난 군중들에 의해 낭떠러지에서 떠밀릴 뻔 했기에

우리가 생명의 위협 없이 어디든 맘 편히 다닙니다.


우리가 걷는 길을 공감하고 지지해줄 벗을 얻게 하시려고

당신은 제자들조차 당신의 길을 오해하며 누가 크냐고 다투는 일을 겪었고,

우리 곁에 사랑하는 이들이 늘 머물게 하시려고

당신은 제자들에게 배신과 버림을 받았으며,

우리가 가족과 친구에게 나를 알게 된 것이 축복이란 말을 듣게 하시려고

당신은 베드로가 당신을 모른다 부인하며 저주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우리가 힘 있는 자들 앞에서도 자존심을 지키며 살게 하시려고

당신은 헤롯 앞에서 마술쇼를 보이라는 수모를 당했고,

우리 인생이 한낱 돈에 의해 팔려가지 않게 하시려고

당신은 스스로 은 스무 개에 팔려가셨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너무나 자주 조금 더 많은 연봉과 혜택에 자신을 팔아넘기곤 합니다.


당신이 심문과 조롱을 받고 침 뱉음과 주먹질을 당했기에

우리가 시민으로서의 인권을 누리며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머리에 가시관을 쓰고 선혈이 얼굴 가득하였기에

우리가 머리에 학사모를 쓰고 기쁨이 얼굴 가득하였습니다.


당신이 심한 채찍질로 너덜해진 몸을 끌고 인류의 십자가를 지신 덕분에

우리가 건강한 몸으로 내 인생의 십자가만 지고 가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숨이 다할 때까지 십자가에 매어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생이 다할 때까지 돈과 쾌락, 성공에 매이지 않고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너무 자주 스스로 우리를 거기에 매곤 합니다.


당신이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고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요!” 절규하였기에

우리가 아무리 사악해져도 버림을 받거나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어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십자가에서 타는 목마름을 호소하셨기에

우리가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명수를 마시며,

당신이 사흘 동안 캄캄함 무덤 속에 계셨기에

우리가 보무도 당당하게 빛 가운데에서 걸어가며,

당신이 나무에 달려 저주를 받았기 때문에

우리가 아버지 손에 달려, 온갖 복에 겨워 살아갑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이 죽으셨기에 우리가 살아갑니다.

날마다 죽으셨기에 매순간 살아갑니다.


그렇게 당신의 덕을 누릴 때마다

우리도 당신처럼 죽게 하소서.

날마다 당신처럼 죽게 하소서.


또 다른 누군가를 살게 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