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뿌리
날이 가물수록 민들레는 뿌리를 깊이 내린다
때가 되면 햇살 가득 넘치고 빗물 넉넉해
꽃 피고 열매 맺는 일 순탄하기만 한 삶도 많지만
사는 일 누구에게나 그리 만만치 않아
어느해엔 늦도록 추위가 물러가지 않거나
가뭄이 깊어 튼실한 꽃은 커녕
몸을 지키기 어려운 때도 있다
눈치빠른 이들은 들판을 떠나고
남아 있는 것들도 삶의 반경 절반으로 줄이며
떨어져나가는 제 살과 이파리들
어쩌지 못하고 바라보아야 할 때도 있다
겉보기엔 많이 빈약해지고 초췌하여 지쳐 있는 듯하지만
그럴수록 민들레는 뿌리를 깊이 내린다
남들은 제 꽃이 어떤 모양 어떤 빛깔로 비칠까 걱정할 때
곁뿌리 다 데리고 원뿌리를 곧게 곧게 아래로 내린다
꽃 피기 어려운 때일수록 두 배 세 배 깊어져간다
더욱 말없이 더욱 진지하게 낮은 곳을 찾아서
사사시대 처럼 영적으로 어두운 시대는 절망과 한숨 비판과 회의도 있겠지만
그런시대일수록 그 깊은 어두움과 어려움을 돌파해낼 하나님의 사람들을
말없이 묵묵히 더욱 진지하게, 시간들여 길러내시다
마침내 이 땅에 내려오신 주님을,
오셔서 공생애 3년의 대부분을 제자들에게 쏟아부으신
주님의 걸음을, 그 뒷모습을 기억해내며 그 일에 집중하며 살아야 한다
뿌리를 살리면 다시 피어날 수 있음을 기억하며
그루터기를 남겨두시는 하나님의 자비를 기억하며
좁은 길이라도 주님과 함께, 동지들과 함께라면
여럿이 함께라면 험한 길도 즐거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