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
밤바람이 나뭇가지를 심하게 흔든다.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에 맞서 있는 힘을 다해 자신을 지키려는 나뭇가지가 있는가하면 바람에 자신을 전부 맡겨버린 가지도 있고, 바람과 맞서다 부러지는 가지도 있다. 네가 나를 흔들면 나도 너를 그냥 두지 않겠다고 몸부림과 아우성을 치다 생살이 갈라지듯 마른 뼈가 부러지듯 그렇게 찢어지는 가지가 있다.
살다보면 나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있다. 인간에 대한 예의도 없고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막무가내인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말과 행동이 거칠고 사리에 맞지도 않고 막돼먹은 사람에게 수모를 겪는 때가 있다. 아랫사람 중에 그런 사람이 있고 윗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가까운 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고 처음 만나는 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처음 만난 사람이야 다시 안 만나면 그만일 수도 있지만 늘 함께 지내야 하는 사람 중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여간 견디기 힘들지가 않다.
맹자에 보면 “사람이 내게 함부로 덤빌 때는 내가 사랑이 모자랐던가 아니면 예의가 모자랐던가를 살펴 고친다. 그런데도 다름이 없으면 스스로 충성됨이 모자랐던가를 반성한다. 그래서 잘못이 없다고 생각되는데도 함부로 덤비면 이것은 새, 짐승과 같은 것이다. 금수를 어찌 상대할 것이며 또 어찌 나무라겠는가.” 이런 말이 나온다.
똑같이 맞서다 보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경우가 있다. 바람에 맞서다 찢어지는 나뭇가지처럼 크게 상처받기도 한다. 나도 똑같이 그런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맹자는 우선 자신을 살펴보라고 한다. 사랑이 모자랐던가 아니면 예의가 모자랐던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예의를 갖추어 대하거나 사랑으로 대하였음에도 역시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충직하고 성실하지 못한 태도로 대하지는 않았나를 살펴보라는 것이다. 그렇게 태도를 바꾸어도 마찬가지로 거칠고 야비하다면 그건 금수처럼 대해 마땅하다고 성인인 맹자도 말한다. 그리고는 무시해 버리라는 것이다.
내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대하는 세 가지 단계 중에서 첫 번째 단계가 사실은 가장 어려운 단계이다. 사랑으로 다시 그를 대하고 화를 참으며 인내하고 다시 예의를 갖추어 대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차라리 바로 세 번째 단계로 들어가는 것이 복잡하게 얽힌 감정을 쉽게 푸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가 그를 금수로 대한만큼 그도 나를 짐승처럼 여기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짐승으로 대하는 방법은 적극적, 공격적으로 맞서는 자세인데 비해 사랑과 예의를 갖추는 방법은 소극적이요 방어적이며 자신감 없는 태도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동물이 될 것인가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그런 선택이기도 하니 어찌 해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