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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

멀리 가는 물 멀리 가는 물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렵혀진 물이나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제 얼굴 제 마음 잃지 않으며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은가 더보기
책꽂이를 치우며 책꽂이를 치우며 창 반쯤 가린 책꽂이를 치우니 방안이 환하다 눈앞을 막고 서 있는 지식들을 치우고 나니 마음이 환하다어둔 길 헤쳐간다고 천만 근 등불을 지고 가는 어리석음이여창 하나 제대로 열어 놓아도 하늘 전부 쏟아져 오는 것을 더보기
부드러운 직선 부드러운 직선 높은 구름이 지나가는 쪽빛 하늘 아래 사뿐히 추켜세운 추녀를 보라 한다 뒷산의 너그러운 능선과 조화를 이룬 지붕의 부드러운 선을 보라 한다 어깨를 두드리며 그는 내게 이제 다시 부드러워지라 한다 몇 발짝 물러서서 흐르듯 이어지는 처마를 보며 나도 웃음으로 답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저 유려한 곡선의 집 한 채가 곧게 다듬은 나무들로 이루어진 것을 본다 휘어지지 않는 정신들이 있어야 할 곳마다 자리잡아 지붕을 받치고 있는 걸 본다 사철 푸른 홍송숲에 묻혀 모나지 않게 담백하게 뒷산 품에 들어 있는 절집이 굽은 나무로 지어져 있지 않음을 본다 한 생애를 곧게 산 나무의 직선이 모여 가장 부드러운 자태로 앉아 있는 더보기
스승의 기도 스승의 기도 날려보내기 위해 새들을 키웁니다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당신께서 저희를 사랑하듯저희가 아이들을 사랑하듯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저희가 당신께 그러하듯아이들이 저희를 뜨거운 가슴으로 믿고 따르며당신께서 저희에게 그러하듯아이들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거짓없이 가르칠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아이들이 있음으로 해서 저희가 있을 수 있듯저희가 있음으로 해서아이들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게 해 주십시오 힘차게 나는 날개짓을 가르치고세상을 올곧게 보는 눈을 갖게 하고이윽고 그들이 하늘 너머 날아가고 난 뒤오래도록 비어있는 풍경을 바라보다그 풍경을 지우고 다시 채우는 일로평생을 살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저희를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저희가 더더욱.. 더보기
깊은 물 깊은 물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얕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이 저녁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돌아오는 길에도 시간의 물살에 쫓기는 그대는 얕은 물은 잔돌만 만나도 소란스러운데큰 물은 깊어서 소리가 없다 그대 오늘은 또 얼마나 소리치며 흘러갔는가굽이 많은 이 세상의 시냇가 여울을 더보기
접시꽃 당신 접시꽃 당신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 가에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약한 얼굴 한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어야 할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무너지는 담벼락을.. 더보기
담쟁이 담쟁이 저것은 벽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결국 그 벽을 넘는다 더보기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더보기
ebook_공동체로사는 이유_why we live in community 이 책은 무료로 나눠주는 책이라 저작권에 문제가 없습니다 영어 한글 더 많은 무료책은 아래의 링크를 따라 http://www.plough.com/ko/ebooks/w/why-we-live-in-community 더보기
Taking Discipleship Seriously: A Radical Biblical Approach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