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고기는 물을 거슬러 오르고 죽은 고기는 그냥 떠내려간다
김광규 시인의 시 중에 ‘작은 사내들’이란 시가 있다.
“작아진다 / 자꾸만 작아진다.... / 얼굴 가리고 신문을 보며 세상이 너무 평온하여 작아진다 / 넥타이를 매고 보기 좋게 일렬로 서서 작아지고 / 모두가 장사를 해 돈 벌 생각을 하며 작아지고 / 들리지 않는 명령에 귀기울이며 작아지고 / 제복처럼 같은 말을 하며 되풀이하며 작아지고 /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며 작아지고 / 수많은 모임을 갖고 박수를 치며 작아지고 / 권력의 점심을 얻어 먹고 이를 쑤시며 작아지고 / 배가 나와 열심히 골프를 치며 작아지고 / 칵테일 파티에 나가 양주를 마시며 작아지고 / 이제는 너무 커진 아내를 안으며 작아진다..... / 작아졌다 / 그들은 충분히 작아졌다 / 성명과 직업과 연령만 남고 / 그들은 이제 너무 작아져 보이지 않는다”
일상속에 묻혀 점점 왜소해져가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작아진다’는 말로 꼬집고 있는 이 시를 읽으면 어딘가 꼭 내 삶의 한 단면을 보고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다고들 한다. 관습에 얽매여, 제도에 길들여져서, 돈의 노예가 되어, 습관처럼 우리는 우리가 그토록 경멸하던 인간의 모습을 닮아갈 때가 있다.
권력 앞에 너무 약한 존재여서, 학연 지연 같은 여러 끈들로 자신을 붙들어 매놓지 않으면 어딘가 불안하고 소외되는 듯하여, 나 자신의 본래 모습을 잃어 버리며 살 때도 많다. 새로움을 향하여 끊임없이 자신을 던지는 일이 버겁고 조심스러우며 그저 평온하게 살고 싶어 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안정만을 희구하는 사람이 되어 버리고 말거나 게으름이 몸에 배어 버리는 수도 많다.
그러는 사이 내 삶은 늪처럼 썩어가고 정체해 버리는 줄 알면서도 몸은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쪽으로 자꾸 기울어 지는 것이다.
옛말에 “활어(活魚)는 역수(逆水)하고, 사어(死魚)는 유수(流水)한다.”는 말이 있다. “살아 있는 고기는 맑은 물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며 살고, 죽은 고기는 흙탕물이든 더러운 물이든 구분하지 못하고 그냥 떠내려 간다.”는 말이다.
오늘 우리의 삶은 어떨까. 살아 있음을 스스로에게 인식시키며 아직도 신선한 물을 찾아 움직이고 보다 나은 삶을 향해 도전하고 몸을 던지는 사람도 있을 테고, 이미 새로운 삶의 희망 이런 것은 거의 잊은 채 습관처럼 일상에 몸을 맡기고 아래로 아래로 떠내려 갈 뿐인 삶을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시련과 고난의 빗줄기에 젖으면서도 그것을 끝없이 끌어올려 꽃을 피우는 봄나무와 같은 사람도 있는가 하면, 삶의 의욕도 잃고 기력도 쇠한 채 시드는 가을 풀처럼 세월의 흐름에 몸을 맡겨 버린 시람도 있다.
우리의 세계와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움직이는 만큼만 변한다. 봄나무들이 저마다 피우는 꽃의 양과 크기는 뿌리와 줄기와 가지가 살아 움직인 만큼의 크기이다. 이 봄에는 작아지지 말자. 꽃처럼 물고기 처럼 살아 움직이자.